[위기의 한국 IT산업 ①] 롯데마트 셀프 계산대, 그리고 L포인트, 인문학적 능력 결핍된 한국의 IT기업

아주 옛날 옛적,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 

 

이명박 정부에서 많은 것들이 이슈가 됐는데, 그 중 하나가 청년 실업이었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70-80%가 대학 진학하는 상황이므로. 한국에는 대졸 취업자가 넘쳐난다. 문제는 대학까지 졸업하고 취업할 만한 직장이 별로 없다는 것. 

 

그때 이명박 정부의 기조가 취업에 별 도움 안되는 <인문학> 전공자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전자, 전기 전공자를 늘려야 취업률이 올라간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발표와 반대로 세계 최대의 IT기업인 구글은 인문학 전공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다. 

 

10여 년 전 일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기조로 인해 한국 IT산업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롯데마트를 통해 아주 간단히 살펴보겠다. 

요즘 롯데마트에 가면 유인계산대가 거의 없다. 마트 물건을 사람이 계산해주지 않으니, 셀프 계산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셀프 계산대를 이용할 때 마다 짜증이 난다. 

 

왜 그럴까? 위의 사진을 보자.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첫 걸음은, 롯데마트 포인트를 어떻게 적립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사람이 계산을 해주는 유인계산대를 이용할 때, 포인트 적립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물건값이 모두 얼마인지 바코드를 모두 찍은 뒤, 그런 뒤에 포인트 적립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으면 바로 계산하고, 포인트를 적립하겠다고 하면 전화번호를 누르거나 핸드폰을 꺼내 앱을 구동시킨다. 

 

롯데마트의 셀프 계산대도 이런 로직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롯데마트 셀프계산대는 정반대의 로직으로 설계돼 있다. 

 

그럼 롯데마트 셀프 계산대의 잘못된 로직은 어떤 문제점을 일으킬까?

 

롯데마트는 L포인트와 L페이를 결합시켜 놓았다. 즉, L페이로 결제를 하면 포인트도 자동 적립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는 L페이로 결제를 한다. 그러니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포인트를 적립할 것이냐고 묻는 것 자체가 '오류'인 것이다. 

 

하지만 롯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따라 결제를 해야 하므로. 나는 엘포인트로 적립하겠다는 '선택'을 해야 한다. 

 

여기서 스텝이 엄청 꼬이기 시작한다. 

 

결제방식도 꼬이기 시작하고. 포인트로 계산을 할 것이냐 여부도 꼬이기 시작한다. 

 

온라인 또는 자동화라고 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시행되는 것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시행하면 되는 것인데. 롯데마트는 이 쉬운 것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내가 가져온 물건을 모두 바코드로 찍고. 물건값이 모두 종합된 뒤, 계산은 뭘로 할 것인지 물어보면 된다. 계산할 때 L포인트로 하겠다고 답하면, 포인트 적립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 

 

또는 셀프 계산대에 QR코드만 만들어놔도 된다. 계산의 첫번째 순서를 QR코드 찍는 걸로 시작하는 거다. QR코드를 찍기 위해서는 롯데마트 앱(L포인트)를 작동시켜야 하고, 이 앱을 통해서 큐알 코드를 찍어야 한다. 그러면 내가 어떤 앱으로 포인트를 쌓을지 여부는 자동으로 실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 걸, 롯데마트는 이렇게 어렵게 한다. 

 

이 모든게 이명박 정부의 나비효과다. 세계 최고의 IT기업인 구글조차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문학도를 영입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인문학 공부를 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연구하고.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것은 전자공학도가 할 일이 아니다. 이런 건 인문학도가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 제품을 봐도,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이 제품 경쟁력을 얼마나 떨어트리고 있는지 요즘 절감하고 있다.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다뤄주는 언론도 없다는 점이다. 대략난감이다.